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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끔찍이도 싫어했던 수치스런 모습이 되었다.


종이 몇장에 한 싸인은 힘이 어마어마하다. 2년 전에 계약했던 아파트가 나의 숨통을 조여온다. 5월까지 입주인데 잔금이 4억이다. 분양받을 형편이 안돼서 분양사에 계약해지를 문의했다. 계약해지는 할 수 없고 잔금을 내지 않으면 구상권청구소송으로 재산압류가 들어오며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단다. 결국 내가 끔찍이도 혐오했던 무능하고 수치스러운 존재가 됐다.
알콜중독으로 폐인생활을 하던 아버지와 카드비를 못 갚아서  신용불량자가됐던 고모. 도박으로 전 재산을 잃고 빚까지 졌던 큰아빠. 모두 내가 한심하게 생각하며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던 사람들이다. 초라하고 못나지 않으려고, 무능하고 한심한 인간이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며 살았다. 그렇게 저항하며 산 결과 내가 끔찍이도 싫어했던 그 모습이 되었다. 한심하고 쓸모없는 수치 그 자체가 되었다.
인생아 얼마나 더 남았니? 뭐가 더 남았니? 난 더이상 싸울 기운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