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내면아이를 위한 생일파티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나이가 점점 먹어가면서 생일을 잘 안챙기게 된다. 요즘의 나는 고립되어서 생일을 챙겨주는 사람도 없다.
어렸을적 초등학교 3학년때 반 친구의 생일파티에 간 적이 있다. 나는 문방구에서 선물포장한 샤프를 들고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친구의 집엔 맛있는 음식과 케익이 놓인 생일상이 차려져 있었다. 생일자인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주며 선물을 주었다.
별다를거 없는 생일파티였지만 나는 그 경험이 생소하고 신기했다. 나의 생일은 케익은 커녕 아무도 모른채 지나가기 일쑤였다. 시골의 조부모님은 손녀의 생일을 자주 잊어버리셨다. 기억해서 챙겨준다하더라도 케익이 있는 생일상을 차려지진않았다. 미역국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이 푸짐하게 올라올 뿐이었다.
그렇기에 친구의 생일파티가 부러웠다. 아니 나에게 부러움도 사치였다. 저런 생일파티는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포기하고 단념하는거에 익숙했다.
어린 내 눈에 하얀 생크림 위에 알록달록 과일이 올라간 케익이 예뻐보였다. 나도 생일에 케익을 받아보고싶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원하는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항상 남의 생일케익을 보고 맛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서른이 넘은 지금의 나에게 케익은 느끼하고 굳이 사먹고 싶지 않은 음식이 되었다. 그러나 그 옛날 초등학교3학년이었던 나를 위해 케익을 샀다. 생일날 케익을 받고싶고 먹고싶었던 과거의 나를 위해 혼자서 초를 켜고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내가 듣고싶었던 얘기를 해준다. "생일축하해. 태어나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