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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기록일기> 팔라스 델 레이-보엔테

어제 밤에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순례자 2분이 들어왔다. 그때가 밤 8시 30분 이었다. 두 분은 한국분 이었는데 알베르게로 배낭을 보내고 35km를 걸어오셨다. 비오는 날씨에 밤 늦게까지 걸은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리셉션 직원이 퇴근을 해서 체크인은 못하는 상태였다. 다른 알베르게까지 더 걷기는 무리라서 일단 자고 내일 직원이 출근하면 설명하고 숙박비를 내기로 하셨다.
나는 너무 피곤해서 10시 전에 잠들었다. 5시 30분에 깨서 화장실을 다녀온 후 다시 잠들었다. 누군가의 알람소리에 일어나 시계를 보니 7시다. 6시 30분에 일어나려고 했는데 늦었다. 배낭을 챙기고 화장실을 갔는데 생리가 터졌다. 산티아고에서 생리대를 사려고 했는데 오늘 사야겠다.
천천히 걸어 멜리데에 도착했다. 뽈뽀(문어)가 맛있다는 맛집에 들어갔다.

이렇게나 많은 뽈뽀가 11유로다. 가성비가 좋다. 맛도 괜찮다. 빵까지 해서 배부르게 먹고 나왔다.
멜리데에서 보엔테까지 숲길이 이어진다.


무릎이 아파 천천히 걷고 있는데 브라질 아저씨가 괜찮냐고 물어본다. 무릎이 아프다고 했더니 자기가 도와주겠다며 돌 위에 다리를 올려보란다. 뒤에서 오던 미국인 부부(아마도?)가 무슨일이냐고 물어본다. 무릎이 아프다고 했더니 미국인 아저씨가 자기한테 통증크림이랑 테이핑밴드가 있으니 이걸 쓰란다. 무릎에 볼타렌(파스)크림을 바르고 밴드를 오른쪽 무릎에 테이핑 해주셨다. 작은 통에 든 볼타렌크림을 아플때 바르라며 나눠주셨다. 남은 밴드 1개도 쓰라며 주셨는데 미안해서 거절했다. 영어가 짧아서 땡큐쏘머치만 몇 번을 외치고 헤어졌다. 테이핑을 하고 나니 확실히 무릎을 꽉 잡아주는 느낌이다.
너무나 감사했는데 줄 수 있는게 없어서 아쉬웠다. 다음에 오게 되면 작고 가벼운 선물을 챙겨와야겠다.

사진 속 아저씨가 밴드며 볼타렌이며 나눠주셨다. 옆에 같이 걸으시는 아주머니는 몸이 불편하신지 목발을 사용하셔서 걸음이 느리셨다. 몸이 불편한데 걸으시는 아주머니도, 또 그 옆에서 보조를 맞추며 걸으시는 아저씨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또 본인이 가진것을 모두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마음도 존경스러웠다.
나는 그럴 수 있을까? 내가 아파서 필요할 수도 있는데 지금 당장 아픈이를 위해 모두 내어줄 수 있을까? 쉽진 않을 것 같지만 못할것도 없다. 이미 발목아픈이를 위해 발목보호대를 주지 않았던가. 그 덕분에 내가 지금 발목이 안 아프고 이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주는 만큼 돌려 받는게 세상의 이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주고 받는데 시간차만 있을 뿐 오차는 없다.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기꺼이 도와주는 너른 마음을 가졌으면..
보엔테 알베르게에 체크인했다. 내일도 비가 올 예정이다. 요즘은 우비 마를 날이 없다.
내일부터 3일만 걸으면 산티아고에 도착한다. 믿기지가 않는다. 시원섭섭한 마음이다.
내일도 무사히 걷을 수 있기를 바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