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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중독 아버지에대한 원망에서 이해로


나의 아버지는 알콜중독자이다. 돈만 있으면 술먹는데 다 써버리고 아침부터 밤까지 술을 마신다.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아버지는 나를 낳고 100일도 되지않아 어머니와 이혼했다. 이혼사유는 아버지의 바람이었다. 어머니와 이혼 후 얼마간은 내연녀와 함께 생활하며 나를 키웠다. 그러다 내연녀가 지쳐서 떠났고 아버지혼자 나를 키우게됐다. 나를 키우다 아버지도 상황이 여의치않아 나를 조부모님댁에 맡겼다. 그러고 아버지는 본인의 인생을 포기했다. 변변한 직업도 없이 노가다일을 전전하며 매일 술에 쩔어 살았다. 우울증에 알콜중독으로 30년을 넘는 세월을 보냈다. 나는 어릴적부터 아빠처럼 살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다. 무능하고 쓸모없고 한심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빠처럼 살지 않으려고 애쓰고 한편으론 아빠를 한심하게 생각했다. 왜 저렇게 살까? 나를 버렸으면 본인 인생이라도 제대로 살지 왜 저렇게 사는걸까? 아빠의 삶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말 내 존재에대한 수치심이 올라왔다. 나는 괜히 태어난 존재이고 나의 탄생은 환영받지 못했다. 갓난아기였던 나는 쓸모없고 짐스러운 존재였다. 내가 태어남으로써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힘들어졌다. 내 탓은 아니었지만 수치심에 죽고싶었고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나를 낳고 버려버린 그들이 미웠다.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해 괴롭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끼게하는 부모님을 죽도록 원망했다.
그러다 나의 무능함에대한 수치와 우울이 극에 달했다. 너무 두렵고 불안하고 이 우주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고독함과 외로움을 느꼈다. 너무 막막하고 무서웠다. 그러자 아빠가 이해됐다. 아빠가 느끼던 감정이 이랬구나. 혼자 남겨져서 막막하고 외롭고 불안했겠구나. 도저히 맨정신에 버틸 수 없었겠구나. 자식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자신을 벌주고 있었구나. 너무 아프고 힘들었겠다. 얼마나 쓸쓸하고 괴로웠을까. 아빠의 인생이 이해가됐다. 죄책감과 우울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빠. 아무에게도 기댈 수 없었을 아빠가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다. 30년을 넘게 고통스럽고 괴로웠을텐데 그 세월을 아빠는 버티고 살아내왔다. 아빠는 그 긴 세월을 버티기위해 술을 마실 수 밖에 없었다. 맨정신에 도저히 버틸 수 없었을 테니까.
평생을 아빠를 혐오하고 원망하며 살았었다. 나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빠가 이해가 된다. 나에게 온 무능감과 우울감과 외로움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아빠를 미워하며 살았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