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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기록일기> 레온 오늘은 레온에서 연박을 하며 쉬는 날이다. 공립알베르게로 걸어가는 길에 스페인 사람들이 작은 점포 앞으로 줄 선것이 보였다. 왜 줄을 서 있나 계속 지켜봤는데 처음엔 코로나 검사를 하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러나 작은 점포는 추러스를 파는 곳이였다. 나도 따라 줄을 서서 추러스 하나를 주문했다. 스페인에서 추러스는 보통 1유로 단위로 판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한국처럼 추러스 1개를 주문했다. 작은 봉투에 설탕과 추러스를 담아주더니 공짜란다. 뒤에 남자분이 내가 레이디라서 무료로 준단다. 그 이유와 아마 너무 작은단위를 시켜서 무료로 주지 않았나 싶다. 나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봉투를 흔들며 설탕을 섞었다. 추러스를 한 입 깨물었는데 따뜻한 기름맛과 고소함이 입안에 퍼진다. 설탕의 달달함도 과하지않아 좋..
<산티아고 순례길 기록일기> 엘 부르고 라네로에서 연박하며 휴식 / 한국의 교육시스템과 학생들의 꿈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는데 머리가 어지러웠다. 누워 있다 몇번이고 일어나 보려고 했지만 어지러워서 2시간을 누워 있었다. 천천히 겨우 일어나서 호스피탈레로에게 하루 더 묵을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호스피탈레로가 가능하다고해서 알베르게에서 하루 더 묵으면서 쉬기로한다. 하루 더 있어도 된다는 호스피탈레로의 말에 안심이 되어 울컥했다. 원래 레온에서 연박하며 쉬려고 했으나 오늘 컨디션이 안좋아서 갑자기 연박하게됐다. 호스피탈레로가 다른 방의 베드로 안내해줘서 방을 옮기고 오전 내내 누워있었다. 휴식을 취하니 컨디션이 돌아왔다. 누워서 유튜브 보다가 전자책 읽다가 하다보니 좀 심심하다. 매일 걷다가 침대에 누워있으려니 좀이 쑤시기도 하다. 오전 10시경 이었는데 지금이라도 걸을까 하다가 마음을 접었다. 몸이 피..
<산티아고 순례길 기록일기> 엘 부르고 / 손빨래하는 순례자의 하루 아침으로 샐러드와 배를 먹고 출발한다. 아침 먹고 핸드폰 일시정지 시키느라 8시에 알베르게를 나왔다. 내가 꼴찌로 출발했다. 어제 사하군 공립알베르게에서 저녁으로 양송이 파스타를 해 먹었다. 매쉬포테이토와 샐러드까지 해서 양이 꽤 많았다. 프랑스에서 온 조던이 음식 양을 보고 놀란다. 나도 양이 좀 많아서 다 못먹을 줄 알았는데 깨끗하게 해치웠다. 내가 먹는 양에 나도 놀란다. 접시가 깨끗하게 비워진 것을 보고 니콜이 3가지 음식을 다 먹었다며 놀란다. 그 얘길 듣고 조던이 또 장난을 친다. 몸집은 작은데 음식이 다 어디로 갔냐며 내가 오늘 밤에 화장실에서 토할거란다. 나는 토하지 않을거고 음식은 내 위에 있다고 대답했다. 옆에 있던 니콜이 웃는다. 사하군 알베르게에서 먼저 출발했던 니콜을 길에서 만났다..
<산티아고 순례길 기록일기> 사하군 메세타평야 어제 까리온에서 다음 마을까지 17km를 걸었는데 화장실이 하나도 없었다. 7km 정도 남았을때 부터 배에서 신호가 왔다. 겨우겨우 참고 참아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알베르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나니 세상이 달라보인다. 맑은 날씨와 예쁜 풍경이 그제서야 보인다. 알베르게에서 빨래를 하고 건조대에 널었다. 건조대가 2개였는데 하나는 돌로 고정이 되어있고 하나는 고정이 안돼있어서 바람이 불면 넘어졌다. 내 빨래는 고정된 건조대에 널었다. 빨래를 널고 근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스페인 할아버지가 건조대 쪽으로 눈짓을 한다. 뒤를 돌아보니 건조대가 넘어져있다. 내 빨래는 없지만 건조대를 다시 세웠다. 마당에 앉아 있다 알베르게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어눌한 발음으로 내 이름을 부른다. 아까 그 스페인 할아버지다. ..
<산티아고 순례길 기록일기> 까리온-칼자딜라 오늘은 까리온에서 다음 마을까지 17km를 걷는다. 17km를 가는 동안 바도 없고 화장실도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점심과 저녁을 함께 했던 한국인 3명이랑 아침을 먹었다. 한국인 한 분이 레스토랑에서 일했어서 저녁으로 파스타를 만들어줬다. 점심 때 식당에서 먹었던 파스타보다 맛있었다. 파스타 양이 2인분은 됐는데 깨끗하게 비웠다. 저녁요리가 양이 많아서 음식이 남았다. 남은 요리로 다음 날 아침까지 해결했다. 나는 요리를 잘 못해서 요리 해 주는 사람이 고맙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어제 만들어둔 점심용 샌드위치까지 챙겨서 길을 떠난다. 나는 늦게 출발을 했는데 식사를 함께 했던 한국인 멤버랑 만났다. 그 중 1명이 발목이 아파서 잘 걷지 못했다. 한 쪽은 발목보호대를 하긴 했지만 한 줄로 발목만..
<산티아고 순례길 기록일기> 카스트로헤리스 / 까미노에 오는 이유 순례길을 오는 이유들은 다양하다. 물론 이 길이 종교적인 길이라서 종교적인 이유로 오는 사람들이 제일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나도 종교가 불교이지만 순례길을 걷고 있다. 까미노를 걷는 스님도 보았다. 유럽여행을 하고 싶지만 자금이 부족해 까미노를 걷는 대학생부터 트루러브를 찾으러 온 외국인 아가씨까지 다양한 이유와 고민들을 안고 까미노에 온다. 오늘 저녁을 함께 했던 대학생 청년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까미노에 왔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그러한 고민을 하는 것과 까미노를 오는 추진력이 부러웠다. 우리는 하나 같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얘기해 주었다. 내가 까미노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가야만 한다는 강한 끌림에 오긴 했지만 이..
<산티아고 순례길 기록일기> 부르고스-호닐로스 델 까미노 6시 30분에 일어나 준비하고 알베르게 맞은편 바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순례길 초반에는 자다가 중간에 자주 깼다. 시차적응이 안되기도 했고 도미토리형태 숙소라서 다른 순례자들의 뒤척이는 소리나 코고는 소리에 깨기도 했다. 아무래도 낯선 환경에서 여러 사람들이랑 다 함께 자는것이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알베르게에 완벽적응했다. 10시 정도에 잠자리에 들어서 눈 떠서 핸드폰을 보면 6시 30분이다. 자다가 중간에 깨는 일 없이 숙면을 취한다. 하루 6시간 이상 걸으니 피곤해서 머리만 대면 곯아 떨어진다. 나는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못이루는 편이라서 걱정을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코고는 순례자가 있으면 귀에 이어폰끼고 자면된다. 불면증이 있는 분들에게 순례길을 추천한다! 부르고스는 까..
<산티아고 순례길 기록일기> 부르고스 대성당 오늘은 여행자모드 오늘은 부르고스 알베르게에서 연박하며 휴식을 취하는 날이다. 알베르게는 연박하더라도 무조건 아침 8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체크인하는 시간에 다시 들어와야한다. 나는 연박을 할거라서 알베르게 짐보관함에 배낭을 맡기고 8시에 나왔다. 어제 잠깐 마주쳤던 한국인 순례자분과 바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각자 일정으로 헤어졌다가 부르고스 대성당앞에서 다시 만났다. 아침시간에 문 연 가게도 잘 없어서 벤치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수다를 떨었다. 어렸을적 이야기부터 직장얘기와 까미노 걷는 얘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에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MBTI였다. 나는 내향적인 I였고 그 분은 외향적인 E였다. 본인은 I친구들이 만나자고하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거절하면 섭섭하다고했다. 내향적인 나는 거절이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