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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기록일기> 오르테가-부르고스 대성당 / 안전한 삶의 위험성 아침에 일어나서 짐을 싸고 배낭을 배달 보내기 위해 알베르게 복도에 두었다.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알베르게를 나섰다. 무거운 배낭이 없으니 몸이 날아갈듯 가볍다. 사람들이 동키서비스 한 번쓰면 중독된다고 하던데 왜인지 알 것 같다. 몸을 짓누르는 배낭이 없으니 컨디션이 달라지는 느낌이다. 오테르가에서 부르고스까지 26km를 걸어야 한다. 지금까지 걸은 거리 중에 제일 길다. 그러나 배낭이 없으니 해볼만하다. 알베르게를 나와서 1시간쯤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여명이 밝아온다. 까미노에서는 아름다운 일출을 매일 볼 수 있다. 자갈밭도 지나고 십자가도 지나가는 길이다. 오늘도 나는 그림자 친구와 걷는다. 걷다가 앞에 외국인 커플이 꽁냥꽁냥하며 걸어가는게 보인다. 서로 챙겨주고 챙김당하는(?)모습이 예쁘고..
산티아고 순례길 기록일기 벨로라도-생장디오르테가 / 까미노 동행 장단점 오늘은 벨로라도에서 생장디오르테가까지 23km를 걷는 일정이다. 알베르게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7시 30분에 길을 나섰다. 날씨가 맑다. 오늘도 까미노는 평화롭다. 길을 걷는 내 마음이 평화롭지 못할 뿐이다. 초반에는 기분이 좋아서 사진도 찍고 풍경에 감탄하며 걸었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가면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는가' 라는 불평불만이 시작된다. 도착 11km전 지점부터는 산길을 걸었다. 오르막 내리막이 있어서 더 힘이 들고 벌레도 많다. 산길 중간 지점에 푸드트럭이 있었다. 한국인 순례자분께서 감사하게도 푸드트럭에서 수박을 사주셨다. 달고 맛있었다. 수박으로 갈증을 달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동행없이 길을 걸으면 훨씬 힘들고 지친다. 대화를 나누다보면 거기에 집중하게 돼서 몸의 피로를 잊게된..
산티아고 순례길 기록일기 벨로라도 도네이션 기부제 알베르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제 널어둔 빨래를 걷으러갔다. 문밖으로 나가자 밤하늘에 별이 총총히 떠 있다. 시골마을에 머물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볼 수 있어 좋다. 빛공해가 없어서 별이 훨씬 잘 보인다. 빨래를 걷고 화장실을 갔더니 생리가 터졌다. 아침부터 조금 심란해졌다. 준비를 끝내고 바에서 아침을 먹었다. 8시 정도에 출발하니 해가 뜨기 시작한다. 오늘은 다행히 날씨가 맑다. 아침의 심란했던 생각은 잊어버리고 맑은 날씨에 감사하게 된다. 3시간 30분정도 걸어 벨로라도에 도착했다. 벨로라도까지 11km밖에 되지 않아서 더 갈까 하다가 컨디션 조절겸 쉬기로 한다. 작은 마을엔 바랑 슈퍼도 잘 없어서 도시에 머물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벨로라도의 도네이션 알베르게에 체크인했다. 성당 옆에 붙은 알베르게였..
산티아고 순례길 기록일기 시루에나-산토도밍고-그라뇽-레데실라 델 까미노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비를 맞으며 걷는 것도 운치있고 좋을것 같아서 은근히 기대됐다. 그러나 웬걸. 판초우비를 입고 걷는데 바람이 불어 모자는 벗겨지고 다리와 팔쪽은 우비로 가려지지도 않는다. 비바람이 부니 손도 시리다. 가다가 멈춰서 옷핀으로 모자를 고정시키고 장갑도 착용했다. 한결 낫지만 비오는 날 걷는 것은 운치있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팔은 젖어서 축축하고 빗방울이 모자를 타고 내 몸 속으로 떨어진다. 오늘 알베르게에서 연박하면서 쉴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1시간 30분 정도 걸어서 산토도밍고에 도착했다. 꽤 큰 도시라서 문 열린 바를 찾아 걸었지만 보이지 않는다. 결국 바도 못 들리고 도시를 지나쳤다. 이후에 그라뇽까지 총 4시간을 못 쉬고 계속 걸었다. 비가 오니 의자가 있어도 앉..
산티아고 순례길 기록일기 나헤라-시루에나 오늘도 아침을 먹고 8시 정도에 나헤라 알베르게에서 출발했다. 6시 20분에 일어나서 아침을 1시간 먹고 30분동안 준비하고 출발한다. 항상 밥먹는 시간이 오래걸린다. 지금까지 3번정도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입에 맞지 않는다. 음식은 짜고 디저트는 혀가 녹을듯 달다. 평소에 심심하게 먹는 편인 나에게 간이 센 스페인 음식은 고역이다. 마치 혀가 절여지는 맛이다. 나헤라에서도 한국인 순례자와 식당을 갔다. 여기 식당은 덜 짠편이었지만 그래도 나에겐 간이 세게 느껴진다. 오징어요리에서 제일 맛있는건 토마토였다. 토마토와 야채가 그나마 짠맛을 중화해준다. 순례길을 것으면서 제일 맛있었던 음식은 또르띠아이다. 또르띠아는 계란에 감자를 넣어 익힌 요리인데 짠데도 맛있다. 걷다가 바에서 꼭 또르띠아를 시켜서 먹는..
산티아고 순례길 기록일기 로스아르고스-비아나 오늘은 로스아르고스에서 비아나까지 걷는 일정이다. 보통 로스아르고스에서 로그로뇨까지 28km를 걷는데 나는 일정도 길고 무리하고싶지 않아서 비아나까지만 걸었다. 비아나 공립 알베르게에 12시30분 정도에 도착해 체크인을 했다. 숙소에서 씻자마자 유심부터 확인했다. 에스떼아에서 샀던 유심을 어제 저녁에 꽂았는데 작동이 되지 않는다. 스페인 순례자한테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 아가씨도 왜 안되는지 모르나보다. 이것저것 만지더니 안된단다. 알베르게 와이파이를 잡아서 유심 안되는 이유를 검색해보지만 잘 나오지않는다. 그러다 한국에서 산 해외유심을 쓸때 APN설정을 했던것이 생각났다. 혹시 몰라 한국유심 셋팅방법이 적힌 종이를 사진을 찍어두었었다. 종이에 적힌 셋팅방법을 따라하니 드디어 유심이 된다~!! 유심셋팅법이..
산티아고 순례길 기록일기 에스떼아-로스아르고스 오늘은 에스떼아에서 로스아르고스까지 21km를 걷는 일정이다. 어제 사립알베르게 한 군데에 한국인분이 전화를 했는데 풀북이란다. 숙소가 없을까봐 불안해져서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추고 잠들었다. 5시20분 정도에 일어나서 어제 남은 밥에 참치통조림을 먹었다. 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짐을 싸고 6시 30분 정도에 출발했다. 한국에 있을땐 아침식사는 거르고 자기 바빴는데 순례길에선 아침식사가 필수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오늘 할당량을 걸을 수 있다. 오늘은 밥 한그릇을 든든히 먹었더니 오래 걸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 빵과 과일로 아침을 먹고 출발하면 항상 1시간쯤 지나면 배가 고프다. 역시 한국인은 밥힘이다. 공립알베르게에 빨리 도착해야된다는 조급함에 앞만 보고 미친듯이 걸었다. 나름 빨리 걷는다고 했지..
산디아고 순례길 기록일기 시라우키-에스떼아 오늘은 시라우키(?)에서 에스떼아까지 14km를 걸었다. 주비리에서 팜플로나까지 20km 걷다가 고생한 이후로 걷는 거리를 줄였다. 팜플로나에서 하루 연박하고 하루에 14km씩 걷고있다. 피곤했는지 어제부터 입술이 부풀어올랐다. 조금씩 자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래 걷다보니 몸에 무리가 왔나보다. 어제 뭉친근육들을 마사지 해줬더니 오늘은 종아리 통증이 훨씬 덜하다. 배낭 어깨끈을 조절한 후로 더 이상 어깨도 아프지않다. 걸은지 7일째가 되니 체력이 붙는게 느껴진다. 초반엔 오르막길을 반도 못 가서 헥헥대고 퍼졌는데 지금은 천천히 끝까지 쉬지 않고 올라간다. 계속 걸으면서 몸이 까미노에 최적화되는 느낌이다. 내일은 로스아르고스까지 21km를 걸어야한다. 공립알베르게에 들어가기 위해선 일찍 출발해야할 것 같..